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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관한이야기

그린북(Greenbook)에 나온 위스키가 하필 '커티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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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book(2019)

 

넷플릭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에 허우적대면서 살아가다가

가끔씩 정신을 차리고 뭔가 좋은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참고하여 볼 때가 있다.

 

2019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그리고 각본상으로 3관왕을 차지한

'그린북(Greenbook)'이라는 영화가 우연히 눈에 띄어 보게 되었다.

 

다른 성격의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나와서 갈등과 우정을 주고 받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1960년대 미국 배경에서 잘나가는 피아니스트 흑인과, 그의 조수겸 운전수 역할을 하는 백인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말도 안되는 판타지라고 생각됐지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니!

보기 전부터 흥미진진했다.


혼자 커티샥을 마시는 밤

"Can you see to it that there's bottle of Cutty Sark in my room every night?"

 

 

두 주인공이 콘서트 투어를 시작하면서 셜리는 토니에게 매일밤 자신이 방에

'커티샥(Cutty Sark)' 한 병을 가져다 놓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매일밤 셜리는 숙소에서 혼자 커티샥을 마시며 외로움을 달리곤 했다.

 

흑인들 무리에서는 잘난 체하고 깔끔 떤다며 끼지 못하고

도망치듯 오게된 바에서 한잔 할 때는 백인들에게 두드려 맞고 쫓겨난다.

이도저도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셜리에게는 혼자 마시는 커티샥만이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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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샥

왜 하필 커티샥인가?

당시의 유색인종들에 대한 차별을 고려했을 때 돈 셜리는 정말 남다른 삶을 살았다.

천재적인 재능과 재력을 갖추었고, 그에 걸맞는 격식과 교양까지 갖추었으며

항상 깔끔한 수트를 입고 다니고, 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고 항상 식기를 이용한다.

 

무릎을 덮은 담요가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고, 작은 돌 하나 훔치는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함께 다니는 토니에게 공석에서는 욕설을 자제하고 말투를 교정할 것을 부탁하는 모습에서는

당시의 흑인의 일반적인 삶과는 남다른 품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셜리가 1960년도 당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위스키를 마셨던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며, 영화에 등장할 위스키의 후보는 몇 가지 있었을 것이다.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은 분명히 커티샥의 라벨을 보고 이거다 싶었을 것이다.

 

실화 바탕이다 보니 실제 인물이 이 술을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적의 한 장치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뭔가 의도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셜리와 토니의 힘들었던 투어

 

당시의 가장 빠른 범선을 대표하는 '커티샥'이라는 네이밍은

그 배를 타던 선원들의 자부심과 진취적인 이미지, 그리고 용기와 도전정신을 나타낸다.

 

이것은 영화 내에서 돈셜리와 토니가 함께 차별에 맞서 부딪히며 투어를 해나갈 때

피떡이 될 때까지 맞기도 하고, 부당하게 감금되기도 하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 때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용기와 마음가짐과 일맥 상통한다.

 

뉴욕에서 품위 있게 대우받으면서 몸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셜리 박사가

왜 남부를 돌면서 연주를 하러 다니면서 굳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토니에게

돈셜리 트리오 멤버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해준다.

 

돈셜리 트리오

It takes courage to change people's hearts.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돈 셜리는 분명히 이 투어의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고,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행의 시작과 함께 토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위스키인 커티샥을 요청한다.

 

매일밤 숙소에서 혼자 마시는 그 한잔만이 셜리에겐 따듯한 위로이자 동시에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거칠었고 우여곡절 많았던 8주간의 커티샥과 함께한 항해를 마친 셜리와 토니는

고향으로 돌아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맞이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셜리가 선물로 가져온 샴페인 한 병과 함께

셜리와 토니 그리고 샴페인


이전에 근무하던 곳에서는 커티샥이 항상 구비되어 있어서

동료들과 함께 퇴근주로 종종 '커티샥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곤 했다.

하루의 영업이 많이 고되었을 때, 가장 빠른 범선에 탄 선원들처럼

뭔가 뿌듯함이나 자부심을 고취시킬 때 좋은 한잔이었다.

 

퇴근 후 집에 가기 전에 들렀던 바에서 유쾌한 바텐더 형님이 대충 스까 주시던 커티샥 하이볼도 잊지 못한다.

값비싼 술은 아니지만 낭만이 있던 시기와 장소에서는 그 어떤 술보다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요즘 유행하는 싱글몰트에 비해서는 확실히 임팩트도 약하고 거칠거칠한 맛이 난다.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대체할 다른 위스키도 많아서 지금은 구비된 바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만약 발견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이볼로 한잔 마셔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고된 인생의 항해를 하고 있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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