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칵테일 레시피를 처음 접했을 때 '인지 부조화'라는 것을 느꼈었다.
보드카에 토마토주스 조합도 상상이 안되는데..
거기다가 '소금'이랑 '후추'도 넣고 처음 들어보는 무슨 소스도 넣더니 '타바스코'까지??
물론 지금이야 다양한 종류와 스타일의 블러디메리를 많이 만들고 마셔보아서 익숙 하지만
처음 마셔봤을때는 이게 벌칙인지 먹어도 되는 건지 구분이 안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2020년대 전후로 해서 워낙 괴식에 가까운 음식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트 초코 치킨, 딸기 비빔면, 라임맛 라면, 피자맛 맥주 이런 상품들이 편의점에 나오는 지경이다.
이제 '블러디 메리' 정도면 괴식이 아니라 미식인 시대이지 않을까?
블러디 메리 레시피
국제 바텐더 협회의 IBA에도 블러디 메리 칵테일의 레시피가 등록되어 있다.
분명 호불호가 있는 레시피이고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표준 레시피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Bloody Mary
45ml Vodka
90ml Tomato juice
15ml Fresh Lemon Juice
2 dashes Worcestershire Sauce
Tabasco, Celery Salt, Pepper
공식 홈페이지에는 모든 재료를 얼음이 담긴 믹싱글라스에 넣고 저은 다음
온 더 록스 글라스에 부어서 완성한다고 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쉐이킹하거나 쓰로잉 기법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주의할 점은 이 레시피의 토마토주스는 한국 브랜드가 기준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 토마토주스를 사용하면 오리지널의 맛보다는 많이 달게 느껴질 것이다.
캠벨사의 V8주스로 만드는 것이 가장 오리지널에 가깝다.
취향에 따라 올리브주스, 피클주스, 할라피뇨, 샐러리, 와사비 등을 이용해도 좋다.
세계의 다양한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는 간이 좀 센 칵테일에 속한다. 캠벨사의 V8주스 자체가 염도가 있는 편이고
소금과 우스터 소스로 염도를 조절하고, 게다가 타바스코로 매운맛까지 더해서 자극적으로 먹는 칵테일이다.
이 '염도를 조절하는 재료'와 '맵기를 조절하는 재료'는 각 국가나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현지의 재료와 음료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로컬라이징 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여러 나라마다의 독특한 변형된 버전의 블러디 메리를 몇가지 소개하겠다.
1. 태국 : 똠얌 블러디 메리 (Tom Yum Bloody Mary)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똠얌꿍 수프에서 영감을 받은 버전이다.
라임, 고수, 레몬그라스, 칠리와 같은 재료들을 추가해서 매콤하고 향신료가 강한 맛이 특징이다.
우스터소스 대신 피시소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매운맛은 타바스코 대신 태국고추를 이용할 수도 있다.
워낙 매니악하고 강렬한 맛이 특징이고, 지역의 색깔이 확실하게 담겨있다 보니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웰컴 슈터로 짧고 굵게 환영하는 용도로 음용되기도 한다.
2. 미국 남부 and 호주 : BBQ 블러디 메리 (BBQ Bloody Mary)
미국 남부지역이나 호주에서는 BBQ 소스가 블러디 메리에 첨가되어 스모키한 맛을 더해준다.
가끔은 베이컨이나 구운 고기, 피클 같은 것들이 사용되며 진항 풍미가 특징이다.
특히 호주는 요즘 매운 걸 좋아해서 기본 레시피보다 타바스코나 다른 매운맛을 더 추가하는 추세이다.
3. 멕시코 : 미첼라다 (Michelada)
멕시코에서는 블러디 메리 대신 미첼라다를 더 즐겨 마신다.
레시피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지만 큰 차이점은 토마토 주스 대신 맥주를 베이스로 한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블러디 메리 보다 더 청량하고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4. 일본 : 와사비 블러디 메리 (Wasabi Bloody Mary)
일본 답게 매운맛을 내는 재료로 와사비를 적극 사용한다.
그리고 염도를 조절하는 데에는 간장이나 미소된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와사비의 향과 톡 쏘는 매운맛이 블러디 메리를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5. 캐나다 : 블러디 시저 (Bloody Caesar)
캐나다에서는 유난히 블러디 메리보다 시저가 훨씬 더 인기가 많은 칵테일이다.
196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이후 캐나다의 대표적인 칵테일이 되었다.
일반 토마토 주스 대신 조개 육수가 들어간 토마토 주스인 '클라마토 주스'를 사용한다.
한국의 블러디메리
이미 국내의 여러 바에서는 한국적인 불러디메리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절찬리 판매 중이다.
매운맛을 내는 데에 김치는 물론이고 마늘과 고추도 재료로 적극 이용되고 있으며
참기름을 이용하여 특유의 고소한 풍미까지 더하는 경우도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칵테일에 김치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일이었다.
당시 여론은 '벌칙으로 먹는 것 같다' 라든가, '먹을 걸로 장난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2024년 기준으로는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괴식을 즐기는 문화가 유행을 하고 있고
여러 식품 회사에서는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조합의 식품들을 내놓고 있다.
김치주스도 캔음료로 생산되는 요즘 마당에 블러디 메리 정도는 이제 괴식 축에 끼지도 못하는 시대이다.
정말 식음료 업계는 무섭고 빠르게 변화한다.
한국 바텐더들은 이제 김치를 담글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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