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느라 창문 맨날 닫고 살다가 오랜만에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밤에는 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가을이 오려고 하나보다. 꼬냑이나 칼바도스 등 브랜디로 만든 칵테일이 마시고 싶어졌다.
푹푹 찌는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기 시작할 때면 뭔가 마음이 설레이고 살짝 감성적이 된다.
특히 새벽이나 아침에 밖을 나설 때의 달라진 공기냄새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든다.
여름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가리타 칵테일로 시원하고 상큼하게 보냈다면
9월의 초입, 날이 조금 선선해진 기념으로 이번엔 가을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들을 소개하겠다.
사이드카(Side Car)
꼬냑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는 확실히 쌀쌀한 가을과 잘 어울린다.
'사이드카(Side Car)'는 꼬냑 베이스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칵테일이다.
레시피도 아주 간단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다. 다만 꼬냑이 한국에선 좀 비쌀 뿐...
IBA에 공식 레시피가 있으니 이것부터 살펴보자
Side Car
50ml Cognac
20ml Triple Sec
20ml Fresh Lemon Juice
모든 재료를 쉐이커에 넣고 얼음과 함께 잘 섞어준 후 차가운 글라스에 따라낸다.
딱히 장식은 필요 없다. 레몬필이나 웨지 등 이 칵테일에서는 방해만 될 것이다.
올드패션드나 맨해튼을 마시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약간 상큼한 맛이 필요할 때 마셔도 좋고
화이트레이디나 다이커리를 마시기에는 풍미가 좀 더 진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 마셔도 좋다.
술맛도 많이 나고 대신 마시기에도 편하고, 상큼 달달한데 도수는 높았으면 좋겠을 때
이런 식으로 다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 마시면 좋다.
뷰카레(Vieux Carre)
꼬냑베이스 칵테일을 하나 더 가는 게 좋겠다. 대신 이번엔 조금 묵직한 걸로
사이드카가 레몬과 오렌지리큐어로 상큼 달달한 스타일이었다면
뷰카레는 술 + 술 + 술 + 술의 조합으로 진득하고 묵직한 스타일이다.
이것도 IBA의 레시피를 먼저 확인해 보면
Vieux Carre
30ml Rye Whiskey
30ml Cognac
30ml Sweet Vermouth
1 bar spoon Benedictine
2 dashes Peychaud's bitter
재료 전부다 믹싱글라스에 넣어주고 얼음 넣고 잘 저어준다.
차갑게 식힌 쿠페 글라스에 얼음 걸러서 따라낸 후 오렌지나 레몬 껍질로 향을 내서 완성한다.
체리 가니시를 하라고 되어있긴 한데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IBA 공식 레시피에는 압생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있으면 대셔보틀로 2 dashes 정도나 반 바스푼 정도 넣어주면 훨씬 상쾌하고 입체적인 맛이 난다.
풍미가 아주 진하고 씁쓸한 맛도 나면서 도수도 어느 정도 독한 면이 있는 칵테일이다 보니
멋진 코트를 입고 바에 가서 쓸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며 마시기에 어울리는 술이다.쓸쓸함 한잔 주시오
잭로즈(Jack Rose)
한국 바텐더들은 9월~10월쯤이 되면 석류 시럽을 만들기 시작하느라 바빠진다.
맛없는 공산품 석류시럽에 지친 와중에 이때가 되면 제철 맞은 석류 생과가 마트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 생과를 열심히 착즙 해서 시럽을 만든 후 가장 먼저 테스트를 해보는 칵테일은 아마 잭 로즈 일 것이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석류시럽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잭 로즈'는 가을을 대표하는 칵테일이 되었다.
IBA에는 없고 다른 레시피를 살펴보자
Jack Rose
30ml Applejack
30ml Calvados
15ml Fresh Lemon Juice
15ml Fresh Lime Juice
22.5ml Grenadine Syrup
재료 한 번에 다 쉐이커에 넣고 얼음 넣고 쉐이킹 하면 된다.
역시 차갑게 식힌 글라스에 따라내서 서브한다. 사과나 레몬으로 가니시를 해도 괜찮지만
잭 로즈는 그 자체의 색감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애플잭'이라는 재료가 생소하다면 전체를 깔바도스로 대체해 버려도 괜찮다.
외국에서는 애플잭이 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편이해서 이 칵테일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이 칵테일 때문에 애플잭을 구하는 게 더 비효율적이다.
칼바도스의 산뜻하고도 중후한 풍미, 레몬라임의 상큼함, 직접 만든 석류시럽이 만나면
호불호 없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멋과 맛을 동시에 가진 아주 매력적인 가을 칵테일이 탄생한다.
코트를 꺼내 입고 바에 갔는데 뷰카레가 좀 부담스럽다면 잭로즈를 마시면 된다.
사실 작성하면서 몇 가지 후보 칵테일들이 더 있었는데 소개하고 싶은 게 점점 많아져서
이번 편에서는 브랜디 베이스만 추려서 작성해 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브랜디를 제외한 위스키나 다크 럼 등 다른 브라운 스피릿을 이용한 칵테일을 다뤄보겠다.
좋은 레시피를 모으다 보니 역시 가을은 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사실 "쓸쓸함 한잔 주시오.." 같은 주문은 진지하게 하면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 좋으니 아무대서나 하면 안 된다.
3~4번 이상 서로 얼굴을 익힌, 어느 정도 친분과 신뢰가 형성된 바텐더에게 누가 봐도 컨셉인 장난처럼 하는 게 좋겠다.
친분이 없고 약속이 안된 상태로 이런 주문을 가지고 하는 농담은 바텐더를 낮추고 하대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
꼭 뭔가 멋진 멘트를 해보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여기 쓸쓸함 한잔 주시오.. 날도 선선한데 XO로 쓸쓸하고 싶군.."
Cheers..
'술에관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치 곤란한 '블루 큐라소(Blue Curasao)' 다 털어줄 칵테일 레시피 (4) | 2024.09.29 |
---|---|
바야흐로 대 괴식의 시대, '블러디 메리(Bloody Mary)'정도면 이제 미식 (0) | 2024.09.15 |
올드패션드(Old Fashioned), 가장 트렌디한 가장 오래된 칵테일 레시피 (3) | 2024.09.05 |
한국만 빼고 전 세계의 커피 칵테일 트렌드 에스프레소 마티니(Espresso Martini) (5) | 2024.09.04 |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The Frog)'에 나온 술 장면 소주 데낄라 와인 (4) | 20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