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을 메이킹하는 초창기에 잠시 푹 빠지게 되는 필수 리큐르나 재료가 몇 가지 있다.
보통 이것들은 직관적인 성격을 가진 것들이다.
유년시절부터 20살이 되기 전까지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수 없는 기간 동안 나의 혀를 즐겁게 해 주던 것들
문방구나, 슈퍼,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수 있었던 불량식품, 과자, 사탕, 젤리 등의 맛이 나는
피치리큐르, 코코넛 리큐르, 멜론 리큐르 등이 있고
오늘의 주제가 될 형형색색의 색깔이 매혹적인 블루큐라소가 있다.
하지만 이걸 한병 사서 이것저것 칵테일을 10잔 정도 만들어보면 금방 질린다.
넣기만 하면 쉽게 나와버리는 색깔과 생각보다 대단한 맛이 안나는 결과물에 더 이상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도대체 왜 우리는 블루큐라소로 만든 파란색 칵테일에 매력을 느끼고
그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 금박 식어버리는 걸까?
칵테일 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된 20대 초반에 파란색 음료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애초에 자연이나 우리 일상생활, 우리가 먹는 먹거리에 파란색이 별로 없다 보니 생소하고 신기하게 때문이다.
일반적인 음식에서는 파란색을 보기기 쉽지 않다.
과일이나 야채만 해도 빨간색, 노랑색, 초록색, 보라색은 있지만 파란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진화적 화학적 생물학적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어릴적 군것질을 하던 것들에서는 파란색의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다.
어릴 적 먹던 여러 가지 색깔별로 나오던 쭈쭈바나 막대아이스크림의 시원한 이미지의 파란색도 있고
사탕이나 젤리에서의 파란색은 분명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그래서 홈텐딩 입문자 들이나, 주니어 바텐더들은 처음에 블루큐라소라는 재료와 관심이 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내 손으로 직접 파란색의 결과물을 만들어내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딱 10번 정도 만들어 보면 흥미가 금방 식어버린다.
파란색이 식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손이 많이 가지는 않게 된다.
그렇게 애물단지처럼 구석에 짱박혀 버린 당신의 블루큐라소 털어줄 몇 가지 레시피를 알아보자.
1. 블루 하와이 (Blue Hawaii)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파란색 칵테일이 아닐까 싶다.
네이밍도 그렇고 여름, 해변, 바다, 열대 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칵테일 중 하나이다.
미국 금주법 시대에 지하에서 몰래 마시던 칙칙한 느낌의 옛날 칵테일보다는
이런 장르의 '트로피컬 칵테일'은 모름지기 야외에서 햇볕을 받으며 자연과 함께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훨씬 컬러풀하고 선명한 것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레시피를 살펴보자면
Blue Hawaii
45ml Rum
15ml Blue Curacao
15ml Malibu
15ml Fresh Lemon Juice
75ml Pineapple Juice
재료 전체를 보스턴 쉐이커에 다 넣고 잘 섞어서 글라스에 따라낸다.
일반 하이볼 글라스도 깔끔하고 좋지만, 허리케인 글라스 같은 곡선이 들어간 글라스도 예쁠 것이다.
레몬이나 파인애플잎 또는 파인애플 조각으로 장식한다. 빨간 체리도 여기선 나쁘지 않다.
변주가 너무나 많이 가능한 레시피라서 이 레시피 만으로 한정하긴 힘들다.
여기서 스윗사워믹스로 바꾼 레시피가 될 수도 있고, 파인애플은 생과를 쓸 건지 공산품을 쓸 건지에 따라 또 달라진다.
도수가 더 높은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럼을 더 넣어도 괜찮고
말리부와 블루의 존재감을 더 높이고 싶다면 두 용량을 각각 20ml로 조정해도 괜찮다.
2. 아디오스 머더 퍼커 (Adios Mother Fxxker)
순화해서 에이엠에프(AMF)라고도 많이 불리우는 칵테일이다. 여기서도 이 표기를 사용하겠다.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롱티)의 바리에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롱티 재료 중 트리플섹이나 코인트로 파트를 블루큐라소로 대체한다.
그리고 럼을 151 프루프 럼 같은 높은 도수의 럼으로 대체하고, 마무리로 콜라대신 사이다로 대체한다.
레시피를 정리해 보면
AMF
15ml Overproof Rum
15ml Gin
15ml Vodka
15ml Tequila
15ml Blue Curacao
15ml Fresh Lemon Juice
Fill up Sprite
스프라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전부 넣고 쉐이킹 해서 따라낸 후 스프라이트로 채워서 마무리한다.
쉐이킹 안 하고 빌드로 해도 괜찮다. 재료가 완벽하게 섞인 일체감 있는 맛은 덜 하겠지만 쉐이킹이 유난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뻔한 롱티가 지겹게 느껴지는 손님들이 종종 찾는 칵테일이다.
그리고 도수가 일반 롱티보다 더 높다 보니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들도 주문하곤 한다.
칵테일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불러 버리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본인이 엄청 센스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중하게 AMF라고 주문하자. 바텐더들은 다 알아듣는다.
3. 블루 마가리타 (Blue Margarita)
마가리타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코인트로를 대신해 블루큐라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데낄라 특유의 강렬한 맛과 신비한 파랑색의 조화는 이 칵테일을 정말 매력적으로 만든다.
혼자 마셔도 좋지만 이것은 슈터로 여러 잔 주문해서 일행들과 함께 마시면 더 좋다.
조명과 음악이 화려한 클럽이나 라운지에서 파란 색깔의 슈터 칵테일은 흥을 돋우기에 너무나 적절하다.
홈텐딩을 하는데 지인들이 놀러 와서 함께 '짠'해야 하는 상황이나
영업 중인 업장에서 분위기가 좋아서 다 같이 한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물단지 블루큐라소를 꺼내서 이걸 만들어 주면 된다.
써먹기 애매한 술도 털어버리고 분위기도 좋아지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4. 차이나 블루 (China Blue)
'콰이페(Kwai Feh)'라고 하는 드카이퍼에서 만든 리치(Lychee) 맛이 나는 리큐르가 있다.
이것은 중국의 미인으로 유명한 '양귀비'의 이름을 따서 만든 리큐르로 '귀비'의 한자인 '콰이페'에서 따왔다.
이것을 자몽주스와 탄산과 섞은 후 블루 큐라소로 색을 내면 차이나 블루가 된다.
'차이나'는 중국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칵테일에서는 중국의 '도자기'를 뜻한다.
영롱한 파란색이 중국의 도자기의 색깔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이 칵테일의 레시피 해석이 참 다양한데
China Blue
45ml Kwai Feh
45ml Grapefruit Juice
Fill up Tonic Water
10ml Blue Curacao
콰이페와 자몽주스 그리고 토닉워터를 마지막으로 채워 넣은 후
'마지막에' 블루큐라소를 10ml 정도만 따라 넣어준다.
그러면 블루큐라소의 무게 때문에 바닥으로 깔리면서 예쁜 모양의 색깔이 나온다.
착즙 한 자몽주스를 쓸 것인지 공산품을 쓸 것인지에 따라 레피시는 달라지며
공산품 자몽주스를 너무 많이 넣으면 색깔이 엄청 별로일 것이다.
영롱한 색감을 위해서는 자몽주스를 조금 줄이는 것도 좋다.
다음부터는 블루큐라소 리큐르를 사지 말고 그냥 블루큐라소 시럽을 구매해보자.
이게 더 훨씬 범용성이 좋을 수 있다.
술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냥 레모네이드나 탄산수나 사이다 같은데 타먹기 좋고
손님이 방문했을 때 이런 음료수에 조금만 타서 서브해도 보기에 좋다.
그냥 블루큐라소 시럽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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