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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관한이야기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 나온 '사제락(Sazerac)' 낭만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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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라운드(Another Round), 사제락 마시는 장면

 

이 영화는 징그러울 정도로 술 마시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장면은 술에 찌든 아저씨들이 한 집에 모여서

맛깔나게 '사제락(sazerac)'을 직접 제조해서 신음소리를 내며 마시는 장면이다.

 

이 사제락 만들어 마시는 장면이 뇌리에 깊게 인상이 박혔다. 꼭 보길 바란다 진짜 압권이다.


 

영화 어나더라운드(2021)

 

적당히 볼만한 영화가 없을 때 각종 영화제 수상작을 뒤져보는 습관이 있다.

2021년 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한 '어나더라운드(Another Round)'가 눈에 들어왔다.

 

"Anothe round!"는 bar에서 외국인들이 흔히 하는 주문 방식이다.

본인이 마시던 술을 한잔 더 같은 걸로 마시고 싶을 때 'Another one'이라고 하고,

같은 파티원들이 함께 마시던 술을 그대로 다 같이 똑같이 한전 더 주문할 때 'Another round'라고 하더라.

뭐 결국 한잔 더 달라는 소리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계속해서 한잔 더 한잔 더 술을 마시는 영화다.

술을 다루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특히나 후반부 주인공들이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볼 땐 감정이 많이 이입되기도 했다.


어나더 라운드 주인공과 친구들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이 가설을 기반으로 4명의 중년 교사 친구들은 매일같이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점차 술로 인해서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지루한 교사, 매력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로 대표되는 이 4명의 40대 친구들은

젊을 때의 패기와 열정을 잃어버리고 우울해져 가는 세상의 모든 중년들을 대변한다.

 

내가 만약 20대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슬슬 세상의 모든것이 권태로워질 시기일지도 모르는, 그리고 술에도 지쳐가는 지금의 나에게,

꽤나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외면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꺼내어서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늘어 놓고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약간의 알코올로 변화하는 선생님과 제자들

약간의 알코올이 주는 변화들

주인공 일행들은 그동안 학생들을 집중시키기도 못하고 지루하게 진행했던 수업을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술김에 무슨 지들이 마이클 센델이라도 된 마냥 흥미롭게 진행하게 되면서

책상에 제대로 앉지도 않던 학생들을 집중시키고 잃어버렸던 관심과 존경을 받는다.

 

악보를 펴기도 힘들었던 음악 시간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그냥 되는대로 반 포기상태로 진행하던 수업을

약간의 알코올이 의지를 일으켜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리드하고 고양시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것 같다.

 

예전에 내가 근무하던 bar에서는 직원들에게 근무중 적당한 음주를 권장했었다.

관리자급 바텐더 선배들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데킬라나 위스키를 더블로 따라주면서
자 오늘도 화이팅 해보자 라는 느낌으로 한잔씩 주곤 했었다.

 

테이스팅이나 스터디의 목적이 아닌, 손님을 접객하는데 활발하고 적극적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영화 초반에서의 주인공과 친구들의 잠깐의 긍정적인 변화처럼

선배들이 따라주던 데낄라 더블샷은 손님들과 소통을 하는데 분명히 도움을 주긴 했다.

 

그렇게 바텐더 선배들에게 한두 잔씩 얻어먹고, 심지어는 손님이 사주는 술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을 제어할 요령이 있을 리 만무한 당시의 많은 나이 어린 주니어 바텐더들은

자신의 건강을 많이 해쳐가면서 젊은 패기로 주 6일을 그렇게 파괴적으로 일을 했다.

 

실제로 현실로 경험했던 삶과, 영화에서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많이 공감이 되었다.


전설의 사제락 만드는 장면

어나더 라운드의 사제락(Sazerac) 레시피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사제락(sazerac)'을 만들어 마시는 장면에서

파괴적이고 쾌락적인 분위기가 고점을 찍으며, 알코올의 두 가지 이면이 적나라하게 잘 표현되었다.

 

페이쇼드 비터를 따를 때, 작은 구멍이 있어서 조금씩 나오는 뚜껑을 뜯어버리고 따라버리는데

일반적으로 bar에서 만들 때의 20배 이상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엄청 Bitter한 맛이 강할 것이다.

 

그리고는 각설탕 4조각 넣고 대충 으깨준 다음에 버번 50ml 넣고 얼음과 섞어준다.

 

압생트 10ml를 넣고 잔을 휘휘 돌려서 향을 입힌 글라스에 따라내고, 오렌지 껍질의 에센스로 마무리한다.

 

영화의 자막을 기준으로 만드는 방법과 레시피를 작성해 보았는데,

사실 이게 한잔 만드는 분량인지 4잔 만드는 분량인지 확인하기 힘들게 묘사되어 있다.

 

투박하게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서 맛깔나게 마시는 장면이 꽤나 명장면이니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술에 취한 친구들

 

이 사제락 장면을 기점으로 이제 4명의 친구들은 점점 파멸해 간다.

그 모습이 너무나 현실감 있게 필터링 없이 표현되다 보니 정말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교사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결국 한 친구의 죽음까지 맞이하지만, 그 장례식을 끝내고 친구들은 모여서 또 술을 마신다.

 

마침 지나가던 자신들의 학교 학생들의 졸업 파티 일행에 합류하여

주는 대로 또 술을 받아 마시면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며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오늘은 물이나 한잔 마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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