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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관한이야기

예술가 뽕에 취하기 좋은 압생트(Absinthe)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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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에 설탕을 녹여 마시는 방법

인간은 생각보다 '위험한 것'들에 큰 매력을 느끼곤 한다.

 

 

압생트는 업계에 소문난 어그로 끌기 좋은 리큐르이다.

바 문화와 리큐르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지금 현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명성을 어느정도 들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이 압생트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압생트에 대한 몇가지 키워드를 한번 떠올려보자

 

허브리큐르, 녹색술, 독한 거, 불 붙여먹는 그것, 반고흐, 환각작용, 초록의 요정, 예술가의 술

등등 압생트에는 재미난 꼬리표들이 따라다닌다.

 

반고흐의 초록요정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마 이 술을 마시면 환각작용을 일으킨다는 소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위생법이 발전한 요즘 시대의 압생트는 이제 환각작용을 일으키진 않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로망 같은게 있었다.

 

필자도 한때는 이 압생트에 빠져서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한 술들 가운데 가끔 어느 날 문득 떠오르게 되는

수많은 선택지중 하나일 뿐이다.

가끔 예술가 인척 하고 싶을 때, 뭔가 영감을 받고 싶을 때 조금씩 마시곤 한다.

한 바스푼 정도, 아주 쥐똥만큼 들어가는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압생트 보틀을 앞에 세워두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압생트의 재료 웜우드

압생트의 기본 재료

압생트는 기본적으로 향쑥을 사용하며 아니스와 회향, 멜리사, 코리엔더 등 다양한 허브를 사용한다.

 

핵심 재료로써 향쑥을 사용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씁쓸한 맛이 특징이며,

여기엔 튜존(Thujone)이라는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문제의 환각을 유발한다던 성분이다.

 

 

과거에는 이 튜존성분이 환각을 유발한다고 여겨졌지만,

현대의 과학적 연구와 규제를 통해서 적정량의 튜존은 안전하다고 밝혀졌다.

2000년대 중반쯤부터 세계적으로 압생트의 수입이 재개되었고

현재는 튜존 성분의 함량을 10mg~35mg으로 제한하여 생산하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재료

압생트에서 중요한 재료는 쑥 뿐만이 아니라 향을 지배하는 '아니스(Anise)'라고도 할 수 있다.

'팔각(Star Anise)'와 비슷한 향이 나는데, 이것과 압생트향을 번갈아 맡아보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니 궁금하면 팔각 향신료 향을 직접 맡아보길 바란다.

스타아니스 (팔각)

 

이 향을 기억하게 되면 이제 그리스의 '우조'나 터키의 '라키', 이탈리아의 '삼부카'

파스티스, 페르노 등등 비슷한 친구들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전부 아니스 향이 메인 캐릭터인 리큐르 들이다.


압생트를 마시는 그림

 

압생트와 파리의 예술가들

이 녀석의 농염한 초록빛깔과, 환각작용이 일어난다는 소문, 높은 도수, 매니악한 맛 때문에
19세기 후반 예술가들이 프랑스로 모여들던 시절, 많은 술집과 살롱에서는 압생트가 대단한 인기였다.

당시의 압생트는 예술적 해방과 창의력의 상징으로 까지 여겨졌으며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환각작용'을 일으킨다는 소문 때문에 특히 더 그랬을 것으로 추측된다.

많이 마시면 초록요정이 와서 영감을 주고 간다는 둥, 환각을 이미지화시킨다는 둥

현대에는 압생트의 환각작용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낭만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음용되고 있는 걸 보면

그 당시에는 얼마나 무섭게 소비되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빈센트 반고흐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그의 작품 속에는 압생트의 영향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압생트의 초록빛이 강조되었으며, 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마음이

작품 속 강렬한 색채 표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압생트는 그 시대 예술가들의 삶과 창작 과정에 많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현대에도 압생트는 이런 이미지로 마케팅을 이어 나가고 있고

압생트 패키징에는 고흐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압생트를 재료로 한 대표적인 칵테일들

나의 강함을 증명하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종종 압생트를 샷 그대로 즐긴다. 이걸 과연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 억지로 먹는다.

 

최소한 설탕을 섞어먹거나, 얼음에 타먹거나 하면 좋겠다.

보통을 물에 희석해서 마신다.

 

그리고 사실 이 압생트에서 나는 맛과 향이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도 않다.

압생트 자체로 마시는 것도 뭐 취향에 맞는다면 좋겠지만

칵테일에 아주 살짝만 추가해서 다른 재료들과 조화를 이루게 사용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압생트가 들어간 맛있고 매력적인 칵테일들을 소개한다.


 

사제락

1. 사제락(Sazerac)

독한 술 하나 먼저 털고 가겠다.

칵테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칵테일 중 하나다.

기본 구조는 올드패션드와 비슷하지만 기주를 꼬냑이나 라이위스키를 사용하고

오렌지 대신 레몬, 그리고 앙고스투라 아로마틱 비터 대신 페이쇼드 비터를 사용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압생트를 사용하는데, 정말 소량 사용된다. 용량으로 환산하면 3~7ml 정도

업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핵심은 압생트의 향이 은은하게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적당히 도수가 있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면 사제락은 반드시 마셔보길 바란다.


 

콥스리바이버

2. 콥스리바이버 넘버2(Corpse Reviver no.2)

금주법 이전시대부터 있던 꽤나 오래된 클래식 칵테일이다.

'시체가 벌떡'이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해장술의 목적을 가진 칵테일이다.

진베이스에 오렌지리큐르와 레몬이 들어가고

보태니컬 한 특징이 있는 드라이버무스나 릴렛, 그리고 화룡점정의 압생트가 살짝 들어간다.

처음 마셔본다면 진짜로 눈이 번쩍 뜨이는듯한, 향긋하고 찌르는 강렬한 맛이 일품이다.


 

선플라워 칵테일

3. 선플라워(Sunflower)

이것은 콥스리바이버와 세트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콥스리바이버의 릴렛(버무스)파트를 '엘더플라워 리큐르'로 대체하면 된다.

허브, 보태니컬, 약초 등의 뉘앙스에서 좀 더 플로럴 한 이미지가 강해진다고 상상하면 된다.

어쨌든 압생트가 이 칵테일의 풍미와 퀄리티를 올려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라스트라프 칵테일

4. 라스트라프(Last Laph)

피티드 위스키, 생강, 파인애플, 레몬 그리고 압생트의 조합이다.

캐릭터가 강렬한 재료들을 한데 모아 놓았지만, 압생트의 풍미는 지지 않는다.

처음 보면 좀 괴랄해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마셔보면

특유의 향의 맛들이 재미나게 섞여서 생각보다 매력적인 맛이 난다.


 

진리키

5. 부트스트랩 리키(Bootstrap Rickey)

셰리와 압생트가 함께 사용된 좋은 예시의 롱드링크 칵테일이다.

진과 라임 탄산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셰리의 다양한 산뜻한 풍미들, 바이올로지컬 캐릭터에 압생트의 향이 더해진다.

도수도 많이 높지 않고 풍미가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것들이어서

더운 여름날 벌컥벌컥 마시기에도 좋다.

 

*셰리파트를 스즈로 바꾸면 '퍼스트 포스트'라는 칵테일이 된다


 

네크로맨서 칵테일

6. 네크로맨서(Necromancer)

압생트, 엘더플라워 리큐르, 레몬, 릴렛 을 동량으로 넣고 진을 1 dash 넣어서 완성한다.

제시된 다른 칵테일들에 비해 압생트의 존재감이 꽤나 뚜렷한 칵테일이다.

이것도 콥스리바이버의 연장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과감한 압생트의 포지션 교체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바에서 압생트를 재미있게 마실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뭔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될 때 마시는 게 제일 어울리긴 한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압생트의 환각작용이지만

그래도 낭만 있지 않은가?

 

 

Cheers!!

 

인간은 생각보다 '위험한 것'들에 큰 매력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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