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면서 '음.. 이 정도면 괜찮지'하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는가?
별로인 퀄리티의 잭콕을 만들어 마시면서 적당히 만족하며 즐기는 모습.. 너무 아쉽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집에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마시는 문화가 어색하지 않아졌는데,
이제는 슬슬 레벨업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차갑고 건조한 얼음에 탄산을 들이붓는 꼴을 못 보겠다.
홈텐딩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 업계인으로서 다양한 팁을 알려주고 싶다.
그 시작을 잭콕으로 시작하겠다.
홈텐딩으로서 잭콕의 개요와 간단한 순서
잭콕은 생각보다 맛있는 칵테일이다.
만약 잭콕을 맛있게 느끼지 못했다면, 아마도 얼음이 녹아서 밍밍해졌거나
충분히 차갑지 않거나, 혹은 김 빠진 콜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다 읽고 따라 했는데도 잭콕이 맛없다고 생각되면 그때 인정 하겠다.
하이볼이나 진토닉이 아닌 잭콕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조합이 쉬운 데다가,
잭다니엘과 콜라의 비율을 다양하게 조절하더라도 맛의 스위트스폿이 넓은 편이다.
집에서 내 맘대로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만들어 먹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바에서는 손님에게 내놓는 칵테일에는 어느 정도 규칙과 스탠더드가 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집에서 만든다면 좀 더 변수를 쉽게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양질의 정보들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온도'이다
글라스의 온도, 얼음의 온도, 술의 온도, 음료의 온도(여기서는 콜라가 되겠다.)
심지어는 레몬이나 라임까지 포함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비율 정도가 되겠고, 그다음은 만드는 방법론이다.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물론 차갑게 먹기 위해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콜라의 탄산을 죽이지 않게 하여 더욱 청량하게 마시기 위함이다.
순서는
1.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다.
2. 잭다니엘을 1/4 정도 채운다.
3. 콜라로 채워 마무리한다.
보통 이렇게 간단하게 제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각 파트당 상세하게 설명해보겠다. 잘 따라와 주길 바란다.
1.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다. (라고 쓰고 '글라스를 칠링 한다'로 읽는다.)
글라스를 칠링 하는 이유는 글라스와 얼음과 콜라의 온도를 서로 맞춰주기 위해서다.
이 온도가 비슷하게 맞춰지지 않으면, 콜라의 탄산이 금방 날아가서 밍밍한 잭콕이 돼버린다.
분명히 상온에 보관되고 있을 여러분의 글라스를 차갑게 만들어야 한다.
얼음을 글라스 끝까지 가득 채운 후 바스푼(혹은 티스푼이나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글라스를 칠링 한다.
이 과정에서 글라스의 온도는 내려가고(차가워지고), 얼음의 온도는 올라간다(덜 차가워지며 표면이 녹는다.)
글라스와 얼음의 온도를 비슷하게 맞춰준다는 생각으로 진행해야 한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은 -15 ~ -25 쯤 될 텐데 여기에 보관되던 얼음의 표면 온도를 올려줘야 한다.
글라스 칠링하는데만 설명이 이만큼인데, 바에서는 이 과정을 빠르게 진행되도록 잘 설계해놓는다.
2. 잭다니엘을 1/4 정도 넣는다.
이제 술을 넣을 차례이다. 술 넣기 전에 칠링을 하면서 녹아버린 얼음물은 잘 걸러서 따라 버린다.
잭콕의 비율은 1 : 2.5에서 1 : 4 정도가 괜찮다.
업장에서는 지거를 활용하여 정확하게 넣을 수 있지만
우리는 홈텐딩이니까 얼음이 가득 채워진 글라스에 눈대중으로 1/5 ~ 1/4 정도 채워준다.
이제 또 바스푼이나 티스푼이나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상온의 잭다니엘을 글라스와 얼음의 온도와 비슷하게 차갑게 만드는 과정이다.
젓다보면 얼음이 녹으면서 술의 양이 1/4 ~ 1/3 정도로 변할 것이다.
이때 얼음이 녹다 보니 얼음이 작아지고 얼음끼리 서로 차곡차곡 정리되면서
글라스의 얼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글라스 상단에 얼음이 좀 비어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미리 상온에 꺼내둔(온도를 조금 올려둔) 얼음으로 다시 가득 채워준다.
이쯤에서 취향껏 레몬이나 라임을 짜 넣는다. 안 넣어도 상관없다. 나는 안 넣는다.
3. (차가운 새) 콜라로 채워 마무리한다.
이제 글라스와 얼음과 술의 온도가 뭐 똑같진 않아도 비슷해졌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새'콜라를 꺼내어 넣어준다.
어제 치킨이랑 먹고 남은 페트 콜라를 넣는 그런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나머지 공백을 가득 채워도 되고, 도수를 높이고 싶다면 콜라를 덜 넣으면 된다.
글라스에 바스푼이나 밥숟가락을 깊게 찔러 넣고 위아래로 (젠틀하게) 한두 번 정도만 들썩들썩해준다.
업장에서는 지거에 남아있는 아주 소량의 잭다니엘 몇 방울을 마지막에 표면에 뿌려서
잭콕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올려주는 테크닉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티스푼으로 살짝 반수저 정도만 떠서 뿌린 후 완성 해보자.
마지막으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잭콕을 맛있게 마시면 된다.
차갑게 냉기가 돌고 탄산이 짱짱한 풍미가 살아있는 잭콕을 상상하니 군침이 돈다.
설명하다 보니 내용이 좀 길어진 거 같은데, 지금 이것도 많이 생략된 수준이다.
변수는 얼마든지 더 제공될 수 있다. 똑같은 퀄리티로 여러 잔은 만든다는 것은 변수와의 싸움이다.
꽤나 귀찮아 보이는 과정처럼 보일 수도 있고, 잭콕 한잔 만드는데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원리와 의도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몇 번만 반복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만약 여기까지 따라와 주었다면, 또 다른 홈텐딩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더욱 쉽게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볼과 진토닉도 쉽게 만드는 그날까지 우리 쪼금만 더 해보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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